나는 왜 개발자라는 직업을 하고 있나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특별하다고 얘기할 것 없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다. 부모님 속썩이는 것 없이 남들처럼 학원에 다니며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성격은 꽤 소심했던 것 같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모임에 참여했을 때 먼저 말을 꺼내기보다 조용히 듣고 있다가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하곤 했는데 붉어지는 얼굴은 옵션이었다. 그래도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장난을 심하게 치고 말도 많은 편이었는데 MBTI로 따지면 나는 I였던 것 같다. 학교에 다니다 보면 계속 작성해야 했던 것이 있었는데 매년 장래희망을 적는 종이를 받았던 것 같다. 장래희망? 나는 장래희망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오늘, 내일 친구랑 놀고 게임을 하고 주말에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 예능을 보고 이런 삶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빈칸으로 제출할 수는 없으니 처음에는 회사원을 장래희망으로 적었다. 엄마가 보셨던 드라마에 보면 회사원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모습이 썩 괜찮았다고 느껴서인지 싶다. 그러다가 부모님께서 나에게 ‘아들, 한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 치료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내 장래희망은 한의사가 되었다. 현실의 벽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내신 점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능이라는 대학교에 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험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이후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면서 냉정하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이후에 장래희망은 뭘 적었는지 잘 기억은 나질 않는데, 한의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이때부터 나에게 장래희망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스스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선택해야 한다는 시점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문과, 이과를 선택해야 할 때 담임 선생님께서 이과에 가야 돈을 많이 번다고 말을 해주셔서 바로 이과를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3학년이 되었을 때 대학교의 과를 선택해야 했는데 이때는 정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선택해야 하는 시기였다. 여기서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개발자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프로그래밍 언어도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알게 되었다. 수능을 보고,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고 시간이 흘러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첫 수업을 들었을 때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던 내가 컴퓨터 공학에도 조금은 흥미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 생활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4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갔다. 대학교를 졸업을 하고 나서 당장 개발자로 일을 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서울시 SeSAC이라는 교육 기관에서 ‘스타트업 풀스택 개발자 과정’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의 강사님에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게 되었는데 개발자로 일을 하고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도 계속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모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밋업에서 TDD와 관련한 발표를 했던 적도 있다.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조금 더 공부를 한 후에 취업을 했고 그렇게 나는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일이란 성인이라면, 학교를 졸업했다면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 돈을 저축하고 투자도 하고 사고 싶은 것들도 사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그런 삶처럼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직업을 정하고 취업을 해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보다는 나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주변 동료분들을 봤을 때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볼 수 있었는데 업무 강도가 강한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시는 모습이 나에겐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여쭤봤던 것 같다. 일을 그렇게 많이 하시는 데 괜찮으시냐고. 그랬더니 동료분께서는 '나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지금의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대답해주셨는데 대단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한다는 목표가 생겼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나에게 물었다. 나를 가슴뛰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개발자로 일을 하는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나는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개발자로서 어떤 일을 해야할까?' 라는 생각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는데 사용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이 생산하는 가치가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같다면 가슴 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일상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제품을 통해서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곳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라면 뭐든 좋을 것 같았다. 우선 큰 틀에서는 이렇게 생각을 했고 다양한 도메인에서 일을 해보면서 나와 정말 잘 맞는 제품을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에게 일은 내가 원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 행복할까
만약 로또에 당첨이 되거나 어떠한 이유에서든 갑자기 1,000억이라는 돈이 생기고 평생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나라면 1,000억이라는 돈은 받겠지만, 이 돈을 재료로 삼아 내가 이전에 현실적인 문제로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볼 것 같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성취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사람에게 행복감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더 불행하게 느껴졌던 이야기>
내가 직접 경험했던 2가지의 사례가 있다.
첫 번째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내가 지금 개발자로서 회사에서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 지금 같아서는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나 개발 환경을 개선하는 업무를 진행했을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이도저도 아니게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주변에 몰입해서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봤는데 그 순간 나의 상황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다.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성과를 내고 기여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의미없는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많이 쳐졌던 것 같다.
두번째는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공휴일과 주말이 겹쳐서 4~5일 정도 일을 하지 않고 보냈던 시기가 있었는데 개발 외의 시간에 할만한 취미생활이나
<일을 함으로써 더 행복했던 나의 이야기>
나는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꽤나 일을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 것 같다. 몰입해서 일을 할 때는 퇴근도 하지 않고 시간을 아끼고자 회사 숙소에서 잠을 자면서 3일 정도 회사에서 보냈던 적이 있다.
꼭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묻자, 남에게 묻지 말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를 먼저 뽑아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즐거움, 성취, 가르침'과 같이 3개를 뽑아봤다. 먼저 즐거움이란 나에게 꽤나 중요한 가치로 작용하는 것 같다. 즐거움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오래 할수가 없다는 생각한다. 성취는 내가 무언가에 몰입하고 도전하였을 때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취가 있어야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르침은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인데 누군가가 어렵게 느끼는 것을 쉽게 설명해주고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나에게는 행복한 일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3가지 가치를 종합해보면 나는 항상 모든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성취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세우고 도전하며 이런 과정속에서 배운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잠깐 얘기를 했었지만 나는 세상에 좋은 가치를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좋은 가치라고 얘기를 했지만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간단한 메모 앱을 만드는 것도 사람들이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좋은 가치를 전달하면서도 엔지니어링적으로도 많은 도전 과제들을 경험할 수 있는, 이 과정속에서 팀이 성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내 강점은 무엇일까?>
내 강점은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나의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덤덤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감정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큰 실패를 해도 푹 자고나면 실패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개선할 점들을 찾고 개선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을 선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와 동료들>
회사와 동료를 나눠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일하고 싶은 회사는 좋은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는 원팀으로써 동료의 소중함을 알고 내가 맡은 일에 오너십을 가지고 있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나는 무언가를 이뤄낼 때 행복한 것 같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 더욱 나의 일이 의미있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던지 이러한 흐름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꼭 개발자 커리어를 계속해서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개발자로 첫 커리어는 시작했지만 중간에 교육자나 기획자 혹은 아예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먼저 찾자. 그리고 하고 싶은 건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 찾아 나가는 것이다. 나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을 하다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주저없이 도전해보고 싶다.
끊임없이 도전하기
앞에서 나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면서 나를 조금은 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 대해서 알았으니 이제는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자. 일단 엎지르고 수습하는 방식도 추천하고 싶다. 스터디를 여러개 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여러개 듣거나 불가능 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니 어떻게든 되더라. 그리고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배웠던 것 같다.
<함께 성장하기>
나는 이전에는 동료들과 함께 공부를 하기 보다는 혼자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터디를 하는 것을 추천하는걸 들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동기부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선 오히려 스터디 시간이 비효율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다른 동료분들과 스터디를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뒤늦게 왜 스터디를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의 경험이 아닌 다른 동료분들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것을 보더라도 생각하는 관점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또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스터디를 통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현재는 리팩토링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활동하기>
개발과 관련된 외부 활동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터디, 소모임, 컨퍼런스등 다양한 형태로 거의 매주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면 다양한 직군의 동료분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최근에 참여했던 이벤트는 '인프콘 2023'이었는데 세션을 통해 기술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네트워킹 세션을 통해서 새로운 분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위에서 얘기했던 이벤트들은 인프런, Okky, festa, facebook등과 같은 채널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하고 싶은 일 하기>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고 도전을 한다면 시너지가 엄청나게 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평생 일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얘기가 나오고 있고 첫번째 직업을 은퇴하고나서 두번째 직업까지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평생 일을 한다는 것은 신체적인 건강과 마인드와 같은 현실적인 조건도 있고 가치관에 따라서도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를 것 같다. 이만큼 했으면 이제는 쉬어야지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평생 일을 하는 게 의미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삶은 너무나도 다르고 수십억명의 사람이 있지만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의미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나의 평생 커리어를 설계해보자. 물론 장기 계획을 잡으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평생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간단한 이정표 정도는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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